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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를 위한 가드닝 나는 왜 처음에 선인장을 선택했을까? 초보 가드너의 첫 식물 이야기

📑 목차

    초보 가드너가 선인장을 키우며 배운 ‘느린 성장의 의미’와 ‘돌봄의 철학’을 이야기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꾸준히 자라는 선인장을 통해 삶의 속도와 여유를 되찾은 가드닝 에세이. 느림의 미학이 주는 치유의 순간.

     

     

    나는 어느 날 퇴근 후 집에 들어왔을 때, 방 안이 너무 조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상 위에는 늘어놓은 서류와 전자기기들이 있었지만, 생명이라고 할 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때 나는 문득 ‘이 공간에도 숨 쉬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초보자를 위한 가드닝 나는 왜 처음에 선인장을 선택했을까? 초보 가드너의 첫 식물 이야기 그렇게 시작된 것이 나의 첫 가드닝이었다.

     

    그러나 초보자인 나는 어떤 식물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인터넷을 뒤적이며 며칠을 고민했다. 물을 자주 주기 어려운 직장인의 생활 패턴을 고려하면 관리가 쉽고, 햇빛에 강한 식물이 필요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선인장이었다. 처음엔 단지 ‘잘 죽지 않는 식물’이라는 이유로 선택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인장은 나에게 단순한 장식품이 아닌 ‘하루를 위로하는 존재’가 되어주었다.

     

    초보자를 위한 가드닝 나는 왜 처음에 선인장을 선택했을까? 초보 가드너의 첫 식물 이야기

     느림의 시작, 선인장과의 첫 만남

    처음 선인장을 데려온 날, 나는 투명한 유리 화분 안에 자갈과 흙, 그리고 모래를 층층이 쌓으며 손끝으로 그 질감을 느꼈다. 선인장은 생각보다 작고 단단했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올 만큼의 크기였지만, 그 안에는 이상하리만큼 강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나는 조심스레 물을 주고,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두었다.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났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다른 식물이라면 잎이 조금씩 자라거나 색이 선명해질 텐데, 선인장은 그저 묵묵히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불안했다. ‘내가 물을 너무 적게 준 걸까?’, ‘혹시 이 화분이 맞지 않나?’ 같은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깨달았다. 선인장은 그렇게 빨리 변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그 느린 속도는 결코 멈춤이 아니라, 내면에서 차곡차곡 에너지를 모으는 과정이었다. 나는 그 조용한 성장 앞에서 나의 조급함을 마주하게 되었다. 세상은 늘 빠르게 돌아가지만, 선인장은 그 모든 속도에서 한 발 비켜서 있었다. 물을 조금 주고 기다리는 시간, 빛이 닿는 각도를 조정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 나는 서서히 배웠다. 성장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선인장은 나에게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성장하는 삶의 리듬을 가르쳐 주었다.

    시간이 지나며 나는 매일 아침 선인장의 가시를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다른 사람에게는 변화 없는 돌덩이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주 미세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가시의 끝이 조금 더 단단해지고, 줄기의 녹색이 더 짙어지는 순간을 발견할 때마다 내 마음은 이상하게 안정되었다. 그건 마치 나도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선인장은 나에게 ‘성장은 소리 없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매일 새기게 했다.


      초보자 가드닝 — 선인장을 통해 배운 ‘돌봄’의 진짜 의미

    사람은 누군가를 돌보는 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고 한다. 나는 선인장을 돌보며 그 말을 비로소 이해했다. 선인장은 다른 식물처럼 매일의 관심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완전히 방치할 수도 없다. ‘적당함’이라는 미묘한 감각이 필요하다. 물을 줄 때마다 나는 흙의 촉촉함을 손끝으로 확인하며 “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곤 했다. 그 단순한 행동 하나가 나를 차분하게 만들었다. 조급했던 마음이 조금씩 느려지고, 판단 대신 관찰이 늘어났다.

    선인장은 말이 없지만 표정이 있다. 너무 건조하면 줄기가 수축하고, 너무 습하면 색이 탁해진다. 그 작은 변화를 알아채는 건 쉽지 않지만, 그만큼 집중력이 필요하다. 나는 매일 선인장을 바라보며 ‘지켜본다’는 것의 의미를 배웠다. 식물에게는 강요가 통하지 않는다. 그저 환경을 조성해주고, 그 안에서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 그러자 내 마음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무언가를 빨리 완성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조금씩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이 생겼다.

    그 변화는 단지 가드닝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일의 흐름에서도 나는 ‘돌봄’의 진짜 의미를 떠올렸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돌보려면 상대의 속도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너무 앞서가면 상대를 지치게 하고, 너무 늦으면 함께 걸을 수 없다. 선인장은 내게 그 미묘한 균형을 가르쳐준 스승이었다. 식물에게도, 사람에게도, 억지로 성장시키려 하면 결국 상처가 남는다는 걸 나는 선인장을 통해 깨달았다.


      선인장과 함께 다시 정돈된 일상

    가드닝은 내게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다. 처음엔 식물을 키우는 소소한 재미로 시작했지만, 선인장은 내 일상의 리듬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커튼을 열고 햇빛이 들어오는 방향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다음 선인장이 있는 창가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 모습은 매일 같지만, 이상하게도 매번 다르게 느껴진다. 주말에는 선인장의 위치를 살짝 바꿔주거나, 빛의 각도를 조정해본다. 그렇게 빛의 흐름을 관찰하는 일은 어느새 나만의 조용한 실험이 되었다.

    선인장은 말이 없지만, 내가 준 환경에 따라 조금씩 반응했다. 줄기의 색이 미세하게 변하고, 가시의 형태가 단단해질 때마다 나는 ‘관찰’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다. 그것은 단순히 식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이전의 나는 늘 바쁘다는 이유로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 식물에 물을 줄 여유조차 없이 하루를 흘려보냈다. 그러나 선인장을 키우며 나는 하루에 단 5분이라도 ‘멈춰서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어떤 날은 물을 주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그 짧은 시간이 내 마음을 정리해주었다. 복잡한 생각들이 가라앉고, 숨이 고르게 쉬어졌다. 선인장은 조용히 그 자리에 있으면서 내게 ‘멈춤’의 가치를 알려주었다. 세상은 언제나 바쁘게 돌아가지만, 그 안에서도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그것이 바로 진짜 휴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선인장을 바라보는 그 시간은 마치 명상 같았다. 작은 생명 하나가 내 삶의 리듬을 바꾸어놓았다.


      선인장은 나의 ‘삶의 속도’를 바꾼 친구

    많은 사람들이 초보 가드너로서 선인장을 선택하는 이유를 “쉽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선인장은 단순히 물을 덜 줘도 되는 식물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법을 보여주는 삶의 철학을 가진 식물이다. 나는 선인장을 통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배웠다. 눈에 띄는 성장이 없어도, 그 안에서는 분명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선인장은 나에게 ‘속도’의 개념을 다시 정의하게 만들었다. 세상이 요구하는 빠름에 맞추지 않아도, 내 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성장은 충분히 의미 있다. 그 느린 걸음이 쌓여 어느 순간 꽃으로 피어나듯, 인간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나는 더 이상 조급하지 않다. 느리게 가는 삶에도 충분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걸 이제는 확신한다.

    지금도 내 책상 한쪽에는 처음 사온 작은 선인장이 자리하고 있다. 여전히 크기가 눈에 띄게 변하지 않았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내 하루가 안정된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 선인장을 바라보면 마음이 잠시 멈춘다. 나는 이제 안다. 선인장을 선택한 것은 단순히 식물을 키우기 위한 결정이 아니라,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선인장은 나의 일상 속에서 ‘느림의 가치’를 일깨워준 가장 소중한 친구이며, 그 작은 식물 덕분에 나는 인생의 속도를 바꾸게 되었다.